강력추진이냐 속도조절이냐…경제민주화 논란은 진행형
2013.06.21.
지난해 대선을 뜨겁게 달궜던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구호가 방향점 없이 휘청이고 있다. 여당 내에서조차 경제민주화 법안의 강경추진론과 속도조절론이 갈등을 빚고 있고, 여야 간 이견 조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6월국회에서 여야가 ‘입법대전’을 벌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대기업의 지배구조 문제 등은 9월국회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지난 4월국회에서 경제민주화 1호 법안인 납품단가 후려치기 규제 강화책을 담은 하도급법 등 몇 건을 통과시켰지만, 경제민주화 법안의 상당수가 6월국회로 넘어온 상태다. 그중 재계가 가장 주시하고 있는 법안은 일감몰아주기 규제법,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법, 신규 순환출자금지법 등이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법’은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한 사익 편취 시, 수혜회사와 지배주주에게 시정조치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정위는 물론 정무위 소속 의원 대부분이 법안 내용에 찬성하고 있어, 6월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 등 일부 여당 의원이 반대 의견을 고수하고 있는 게 변수다.

문제는 부당 내부거래의 범위다. 새누리당에서는 대주주의 지분 30% 이상 계열사를 내부거래로 봐야 한다는 논리가 있지만, 야당은 전 계열사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들은 “불가피한 내부거래도 많고, 법안 자체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제민주화 법안을 둘러싼 여당 내부 갈등도 또 다른 변수다. 지난 14일 당ㆍ정ㆍ청 회동에선 청와대와 정부 모두 입법의 속도조절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 경제력 남용에 대한 우선적 규제가 필요하다”면서도 “경제민주화를 대선 공약대로 추진하되 과잉입법, 부실입법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경제민주화 정책 의원총회에서도 당 지도부는 재벌 지배구조 관련 법안은 좀 더 무르익어야 한다며 시간을 두고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따라서 정무위에 상정된 법안 중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한도를 9%에서 4%로 축소하는 내용의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은 줄줄이 제동이 걸린 상태다.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이 대표발의한 일명 ‘남양유업 방지법(갑을관계법)’도 과잉입법 우려 법안으로 지목돼 처리가 불투명한 상태다. 이종훈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은 징벌적 손해배상(3배~최대 10배)과 집단소송제의 도입 등 각종 규제안을 담고 있다.

당내 경제민주화 강경파로 분류되는 경실모 소속 일부 의원들은 지도부의 가이드라인(속도조절론)에 반발하고 있다. 이종훈 의원은 “경실모 법이 너무 나간다고 하는 게 그게 아니라 핵심을 찔렸기 때문에 말이 많은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이 죽을 뻔했다가 국민에게 고통의 현장에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고 반성하지 않았나, 이 법은 진정성을 갈음하는 것이니 꼭 통과시켰으면 한다”고 강조해, 법안을 둘러싼 당내 갈등을 예고했다.

다만 지난 국회에서 법사위에 계류된 가맹사업거래공정화법(프랜차이즈법),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법, 금융정보분석원(FIU)법 등 3개 법안을 비롯해 하도급 거래 시 부당특약 설정을 금지하는 하도급법 등은 무난한 처리가 예상된다.

경제민주화 속도조절론에 대해,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정무위 소속)은 “정부에서 법안이 과도한 규제로 나간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이 당이나 상임위에서도 흘러나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언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 내 이 같은 속도조절론은 경제민주화 의지를 후퇴시키는 것”이라며 “을을 지키고 살리는 노력으로 수평적이고 대등한 관계로 바꿔야 을도 갑도 건강해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